아이 숙제를 봐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엔 단순히 문제를 읽어주고 답을 확인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의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아이 공부를 도와주다
내가 다시 초등학교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아이의 질문 하나가 나를 멈춰 세웠다
초등학교 문제집을 펼쳐놓고 아이 옆에 앉았을 때
나는 은근한 자신감이 있었다
이 정도는 다 아는 내용이지
설명쯤은 충분히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의 질문은 예상과 달랐다
왜 분모는 그대로 두고 분자만 더해
왜 달은 매일 모양이 바뀌어
왜 지구는 계속 도는데 우리는 못 느껴
나는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말이 막혔다
머릿속에는 공식과 단편적인 지식만 남아 있었고
그 이유와 과정은 사라진 상태였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나는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외웠던 것뿐이라는 사실을
아이의 질문은 틀린 게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정확했다
아이에게는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고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래전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간 내 공부와 다시 마주하게 됐다
그날 이후 아이 공부를 도와주는 시간은
문제 풀이 시간이 아니라
함께 다시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초등 교과서를 다시 펼치며 발견한 놀라운 변화
아이 문제집 옆에는 자연스럽게
초등 교과서와 참고서를 함께 두게 됐다
어른의 눈으로 다시 본 교과서는
내 기억 속 교과서와 전혀 달랐다
문장은 짧고 설명은 친절했고
그림과 예시는 일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왜 이걸 몰랐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념은 단순했다
분수는 나누어진 양의 표현이었고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하루와 계절의 이유였다
그때는 시험을 위해 배웠고
지금은 이해를 위해 배우고 있었다
아이에게 설명하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됐다
왜 이런 구조일까
왜 이렇게 설명했을까
왜 이 순서일까
이 과정에서 공부는 더 이상 부담이 아니었다
속도를 맞출 필요도 없었고
틀려도 괜찮았고
이해될 때까지 멈출 수 있었다
아이보다 내가 더 집중해서 교과서를 읽고 있는 날도 많았다
아이에게 설명하다가
내가 먼저 감탄하는 순간도 생겼다
아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아 이래서 이런 개념이 나왔구나
초등 교과는 생각보다 깊었고
생각보다 삶과 가까웠다
아이와 함께 공부하며 바뀐 나의 태도
아이와 나란히 앉아 공부하는 시간은
지식을 쌓는 시간이라기보다
관계를 다시 만드는 시간에 가까웠다
예전에는 아이가 문제를 틀리면
왜 이렇게 간단한 걸 틀려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오곤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다시 공부해보니
그 말이 얼마나 쉽게 나올 수 없는 말인지 알게 됐다
이해에는 시간이 필요했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속도도 달랐다
아이에게 설명하면서
나는 점점 정답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보게 됐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디에서 헷갈렸는지
그 질문들이 더 중요해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변화는 아이에게도 전해졌다
틀리는 걸 덜 무서워했고
모른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됐다
공부는 경쟁이 아니라
탐색이라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배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던 어른이었지만
사실 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
너무 빨리 지나온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 공부를 도와주다
나는 뜻밖의 재도전을 하게 됐다
초등학교 교과라는 가장 기본적인 공부로 돌아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지식보다 태도를 배웠고
정답보다 질문을 배웠고
속도보다 이해를 배웠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이 덕분에
내가 다시 배우고 있었다
초등 교과 재도전은
아이를 위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
공부는 어릴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이해하고 싶어지는 순간
그때가 바로 다시 배울 때다
아이와 함께 시작한 공부가
나의 배움까지 바꿔놓을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